페라리 444대의 경품 잔치
AB형의 GEEK[한겨레] ‘페라리 444대의 경품 잔치?’
경기 분당에 있는 백화점 삼성플라자가 한 대에 2억8천만원짜리 수입차 ‘페라리 에프360’ 3대를 내건 경품 행사를 벌였다가 444명의 당첨자가 나오는 바람에 진땀을 빼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삼성플라자는 지난 11월1~12일 경품 행사를 열면서, 백화점 입장 고객 3만9000여명에게 응모권을 나눠줬다. 응모권의 26개 공란 가운데 9개를 동전으로 긁어낸 뒤, 그 안에 적힌 숫자 9개와 이후 공개 추첨한 숫자 9개가 일치하면 당첨되는 방식이었다. 백화점 쪽은 11월14일 9개 숫자를 공개 추첨한 뒤 당첨된 응모권을 11월30일까지 가져오도록 했다.
수학적으로 여기서 당첨될 확률은 몇백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마감시간까지 당첨자라고 연락해 온 사람은 무려 444명에 이르렀다. 응모권을 가져간 사람 87명에 한명 꼴로 당첨된 셈이다.
백화점 쪽은 상당수 당첨자들이 공개 추첨 결과를 본 뒤 해당 숫자를 골라 응모권을 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려면 응모권 공란 안에 숨어있는 숫자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그런 방법이 있었는지 확인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첨된 444명에게 모두 경품을 줘야 하는지 여부다. 이 백화점이 행사 전에 뿌린 전단지에는 “공개 추첨된 9개의 당첨 숫자와 일치하신 모든 고객에게 페라리 에프360 모데나 1대를 증정”하겠다고 명시돼있다. 반면 응모권에는 “행운의 숫자와 일치하는 당첨자가 3명 이상일 경우, 당첨자 중 3명을 추첨하여 최종 당첨자로 선정”하겠다고 적혀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단지 내용은 계약이라기보다 응모를 유인하기 위한 행위인 만큼 응모권 쪽에 상대적으로 더 큰 구속력이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삼성플라자는 당첨된 444명 가운데 세명을 6일 저녁 다시 추첨해 페라리를 증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단지와 응모권에 적힌 문구가 다른 점을 두고 당첨자들과 백화점 사이에 과장 광고 논란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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